'트럼프 2.0 시대(박종훈)'을 읽던 중,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용어를 알게 되었다. 대략적으로 무슨 말인지는 알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가 발생하게 된 배경과 현재 일본의 금리 인상과 트럼프 정부의 기본 금리 인하 압박에 따른 금리 격차의 축소가 엔 캐리 트레이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추세가 한, 미, 일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공부해 보고자 해당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1.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의 정의와 발생 배경
엔 캐리 트레이드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일본의 엔화를 차입하여 달러 자산과 같이 금리가 높은 곳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엔 캐리 트레이드의 주된 원인이 드러나는데, 바로 지속적인 저성장에 따른 일본과 상대적으로 경제가 활발하게 성장한 미국의 금리차가 바로 그것이다. 과연 이러한 금리차가 생기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미국과 일본의 장기적 경기, 물가 흐름 차이에 따른 정책 운용 방식의 차이
일본은 1990년대 초 버블 경제 붕괴 이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저성장이 오래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낮거나 음의 영역을 기록하는 경우**가 잦다보니, 일본은행은 양적완화(QE; )*, 마이너스 금리 정책*, 수익률곡선제어(YCC)* 등을 동원해 시장 금리를 극도로 낮게 유지하여 경기 부양 및 물가 하락 압력을 완화하고자 했다.
**물가 상승률이 낮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는 것은 상품, 서비스에 대한 소비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아 기업들이 재고 소진을 위해 가격을 낮춘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수요 부진, 경기 침체의 가능성을 함의한다.
(소비 축소 → 가격 인하 → 기업 이윤 축소 → 임금 인상 제한 → 소비 축소 의 악순환)
*양적 완화(QE, Quantitative Easing)
: 중앙은행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로 채권을 매입하는 정책으로, 은행 체계에 유동성이 공급되면, 금리가 하락하고, 이를 통해 투자, 소비를 촉진하여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NIRP, Negative Interest Rate Policy)
: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의 예치금 일부에 음의 금리를 적용하여 은행이 돈을 묶어두기보다는 대출, 투자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자금은 운용할 수 있게 한다.
*수익률 곡선 제어(YCC, Yield Curve Control)
: 중앙은행이 특정 만기 국채금리를 일정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국채를 사고파는 방식으로 시장 금리를 통제하는 정책으로, 일본은행(BOJ)이 대표적으로 도입하였으며, 장기금리 변동폭을 관리함으로써 경기 부양과 금융 안정을 동시에 노리는 정책이다.
반면 미국은 경제가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성장하여 물가 상승 압력이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경기 과열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 상승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상대적으로 일본보다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해 왔다.
**경제 성장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을 왜 발생하는 것일까?
1) 소비와 투자 수요의 증가: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Demand-Pull Inflation)
-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가계는 소비를 늘리고, 기업은 설비투자나 고용을 확대한다
- 수요(소비+투자)가 빠르게 증가하면 재화, 서비스에 대한 경쟁적 구매가 일어나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2) 임금 상승에 따른 생산 비용의 상승: 비용 견인 인플레이션(Cost-Pull Inflation)
- 경제 성장에 따라 고용이 늘고, 임금이 상승하면 기업은 인건비가 증가한다
-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상품, 서비스의 가격을 올리는 방법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하게 된다(비용 견인 인플레이션)
2. 엔 캐리 트레이드가 축소된다?
그러나 최근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에 따른 글로벌 무역의 불확실성에 따라 엔화 가치가 상승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연준에 금리 인하를 촉구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축소되고 있다. 다음 글을 통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엔화 가치 상승의 원인
1)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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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인플레이션 동향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지표인 도쿄도의 CPI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시장 예측치를 상회하면서 인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2)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안전 자산으로 평가되는 엔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미-일 금리차 감소가 엔 캐리 트레이드에 끼치는 영향
엔 캐리 트레이드를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엔화를 빌려 달러로 바꿔서 자산에 투자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 금리 인상으로 인해 엔화 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빌린 엔화를 상환할 때 더 많은 달러가 필요하다. 즉,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포지션 정리)하는 시점에서 순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줄어들거나, 엔화 가치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여 많은 투자자들이 환차손 위험을 피하기 위해 포지션을 조기 정리할 경우, 엔화 매수(달러 매도)세가 더해져 엔화 가치 상승이 더욱 가속될 수 있다. 미국 금리가 인하될 경우 유사한 이유로 엔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성이 감소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엔 캐리 트레이드의 포지션이 축소될 수 있다. 직접 와닿지 않는다면 아래의 예시를 참고해 보자.
## 예시 ##
1. 기본 가정 (초기 상황)
- 일본 금리: 연 0.5%
- 미국 금리: 연 5%
- 초기 환율: 1달러 = 100엔
- 차입 금액: 1,000만 엔(약 10만 달러에 해당)
- 투자 기간: 1년
투자자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잡는다고 가정한다.
- 일본에서 1,000만 엔을 연 0.5%에 빌림
- 빌린 엔화를 달러로 환전(1달러=100엔 가정 시 약 10만 달러)
- 이 달러를 미국 자산(예: 채권) 등 연 5% 수익률이 예상되는 곳에 투자
- 1년 후 수익 실현 → 달러를 다시 엔화로 환전해 원금+이자 상환
(A) 환율이 변동하지 않는 경우
- 투자 이익: 10만 달러 × 5% = 5,000달러
- 1년 후 미국 자산 평가액: 10만 달러 + 5,000달러 = 105,000달러
- 일본에서 빌린 원금+이자:
- 원금 1,000만 엔 + 이자 (1,000만 엔 × 0.5% = 5만 엔)
- 즉 1,005만 엔을 갚아야 함
- 엔화로 재환전(환율 변동 없음, 1달러=100엔 유지 시)
- 105,000달러 → 105,000 × 100엔 = 1,050만 엔
- 빌린 돈 1,005만 엔 상환 후 → 1,050만 엔 - 1,005만 엔 = 45만 엔 이익
결과적으로 1,000만 엔을 빌려서 45만 엔 이익(약 4.5% 수익률)을 얻은 셈이다. (환율이 그대로 유지된 경우)
2. 엔화 가치 상승(엔화 강세) 시나리오
이번에는 투자 종료 시점에 엔/달러 환율이 1달러=95엔(엔화가치 약 5% 상승)으로 바뀌었다고 가정해봅시다.
- 투자 이익(달러 기준)는 동일: 5,000달러(연 5% 수익)
- 미국 자산 평가액: 105,000달러 (달러 기준으로 변함 없음)
하지만 달러를 엔화로 바꿀 때, 엔화 강세로 인해 달러당 엔화 환산액이 줄어든다.
- 재환전 금액: 105,000달러 × 95엔 = 997만 5,000엔
- 상환해야 할 일본 엔화(원금+이자): 1,005만 엔
결과적으로
- 재환전 후 997.5만 엔 vs. 빌린 돈 1,005만 엔
- 약 7.5만 엔의 부족분(손실) 발생
즉, 엔화가 상승해 버린 탓에, 달러로 벌어들인 투자이익을 엔화로 바꿀 때 가치가 줄어들어 캐리 트레이드가 오히려 손해가 난 모습이다.
3. 미국 금리 인하 시나리오
이제 미국이 금리 인하 압력을 받아, 투자 기간 도중(혹은 연장된 기간) **연 5% → 연 3%**로 금리가 내려간 상황을 가정해 보자(엔화 환율은 변화 없다고 가정).
- 일본 금리는 동일(0.5%)
- 미국 금리는 5%에서 3%로 하락
- 환율 유지(1달러=100엔)
(B) 금리 인하 후 수익률 저하
- 초기에는 5% 수익을 기대했으나, 예상치 못한 미국 금리 인하로 인해 실제 투자수익률이 **3%**에 그친다고 가정
- 투자 이익: 10만 달러 × 3% = 3,000달러
- 미국 자산 평가액: 103,000달러
- 1년 후 이를 엔화로 환전(환율 1달러=100엔)
- 103,000달러 × 100엔 = 1,030만 엔
- 원금+이자 상환(1,000만 엔 + 5만 엔 = 1,005만 엔)
- 1,030만 엔 - 1,005만 엔 = 25만 엔 이익
즉, 미국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 수익(캐리 수익)이 크게 축소되어, 당초 기대했던 이익(45만 엔)보다 상당히 줄어든 25만 엔만 남게 된다.
3.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한, 미, 일 경제에 끼치는 영향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
1) 엔화 강세에 따라 수출기업 부담 증가
- 가격 경쟁력 저하로 수익성 약화될 수 있다
- 경제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
2) 금융시장 변동성 증가
-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또는 글로벌 리스크 증가 시 안전자산 선호로 인한 엔화 수요 증가의 움직임이 커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1) 달러화 강세 둔화
- 엔화 강세로 인해 달러 매수 포지션이 축소되어 달러에 대한 수요가 감소된다
- 만약 미국 경기가 둔화되거나, 금리 인하 압박이 지속될 경우 더욱 약세가 될 가능성이 있다
2) 시장 변동성 증가
- 엔화 자금을 이용해 미 증시에 투자했던 자본이 빠져나오면서 시장 변동성이 증가할 수 있다
- 다만 미국 자본시장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결정적인 타격을 받는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시장 심리 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1) 수출 경쟁력 변동
- 엔화 강세가 심화될 경우, 일본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수출 업체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약간의 수혜 가능성이 있다
- 그러나 글로벌 리스크로 인해 원화 약세가 심화될 경우, 원자재 수입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2) 시장 변동성 증가
- 엔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한국 시장에 유입된 외국 자본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인해 유출될 수 있다
- 현재와 같이 한국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더욱 많이 빠져나갈 수 있다 => 원화 약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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